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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경향신문] 내년 대선 앞 반대 여론 재우고 분위기 띄우고…푸틴의 ‘20년 권좌’ 길닦기 (장세호 HK연구교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08 조회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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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6(현지시간) 내년 318일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푸틴이 네 번째 임기를 맡는다면 20년간 권좌에 머무르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실제 러시아에서는 그를 역사적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착실하고 꼼꼼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 지난 9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은 지방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 당국은 경쟁이 있는 선거의 모양새를 갖추거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물리적 압승을 우선시했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였다. ‘이변을 원천봉쇄해 푸틴의 대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작은 불안요소도 제거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국은 절차적 투명성확보에도 집중했다. 이는 2011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부른 총선 부정선거 의혹 이후 절차적 정당성이 푸틴 체제의 가장 취약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모스크바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 후보 다수가 당선된 것은 대도시 내 반푸틴·반체제 유권자의 실체를 증명한다. 이 저항적 유권자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가 새 과제로 남았다.

 

올가을 주지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교체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무려 주지사 20명이 해임되고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해임된 주지사들은 대부분 거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거나 여당과 주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역이다. 인기 없는 주지사를 교체해 불만과 반체제 여론을 완화시키고 분위기를 쇄신하려 한 것이다.

 

새 주지사들은 푸틴 4기를 위한 진용이다. 대체로 지역을 연고로 경력을 일궈온 거물 정치인 대신 해당 지역 연고가 없는 연방정부 출신의 젊은 기술관료들이 주지사로 선택됐다. 지방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앙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크세니야 솝차크의 뜻밖의 대선 출마 선언은 어떻게 봐야 할까.

 

솝차크는 푸틴의 정치적 스승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초대 민선 시장 아나톨리 솝차크의 딸이다. 명문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를 나와 인기 리얼리티 TV쇼 진행자로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솝차크는 자유분방한 신세대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에서 2011~2012년 반푸틴 시위 주도를 계기로 재야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지난 10월 중순 모두에게 반대하는 후보를 슬로건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러시아 집권세력은 푸틴 대세론의 작은 흠결도 용납할 수 없지만 투표율이 너무 낮아 승리가 퇴색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대선 흥미를 돋워줄 후보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반부패 시위를 주도하는 알렉세이 나발니처럼 크렘린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급진적 인물은 곤란했다. 그 결과 온건 자유주의 유권자들이 반푸틴·반체제적 성향을 제도적으로 표출하고 저항여론을 선거과정에서 연착륙시킬 출구로 솝차크가 낙점된 것이다. 러시아 당국의 마지노선은 지난 대선에서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얻은 8% 정도일 것이다. 솝차크의 정치적 신념과 야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솝차크의 출마를 크렘린의 기획으로 비판하고 있다.

 

현재 푸틴의 국정지지도는 80%가 넘는다. 크렘린은 정치공학적으로 치밀하게 압승을 준비하고 있다. 푸틴은 대선 1차 투표에서 무난히 당선을 결정지을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은 푸틴 집권 4기 정부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의 도전과 요구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낳는다.

 

푸틴 1~2기의 핵심 국가노선인 법의 독재’ ‘재중앙집권화’ ‘국가 자본주의는 소련 붕괴 이후 무너진 러시아 사회에 질서와 안정을 가져왔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2011~2012년의 정당성 위기를 계기로 심각한 도전을 맞았다. 푸틴 3기는 1~2기와 4기를 잇는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 차기 대선은 푸틴 4기 이후 포스트 푸틴이 논의되는 장이 돼야 한다.

 

푸틴 1인 체제는 푸틴 퇴장 후 심각한 권력 공백에 휘말릴 수 있다. 혼란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민주체제가 제도적으로 견실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에서는 확고한 미래 비전과 국가노선의 제시 대신 조작과 통제의 음습한 분위기만이 가득하다.

 

푸틴 4기가 과도하게 사인화·집권화된 권력구조, 관료 중심 일원적 정치체제, 주지사조차 언제든 해임될 수 있는 허약한 연방주의를 축성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푸틴에게 주어질 새 6년은 과거의 정당화를 위한 시간이 아닌, ‘미래를 향한 선명한 이정표가 세워지는 시간이 돼야 한다.

 

<장세호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기사링크: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12062145015&code=970205&med_id=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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